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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Charmdoctor clinic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9-12-18 오후 12:34:49
조회 : 3651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고, 죽음을 준비하라

메멘토 모리란 라틴어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의미이다. 너무 고와서 눈이 부셨던 형형색색의 단풍이 늦가을 비바람에 쌓인 것을 볼 때면 자연이 가르치는 ‘메멘토 모리’를 떠올린다. 명예와 재물과 세상 지식에 대한 욕심이 불같이 스며들 때, 인생의 절정기에 환호하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소곤거리는 ‘메멘토 모리’는 참으로 차갑지만 적절한 메시지이다. 더구나 우리들은 죽음을 기억할 뿐 아니라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다.

4년 전, 아흔다섯 해를 사신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면서 죽음과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 가족으로서도 의사로서도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의식이 명료하셨으며 음식도 끊으시고 주사까지 거절하셨지만 마지막 임종 순간까지 심호흡을 하시라고 하면 잘 따라 하셨다. 어쩌면 할머니는 다음날 아침 다시 깨어나시리라 생각하고 견디기 어려운 잠의 유혹에 빠지셨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죽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죽음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부친은 필자가 의과대학 시절 폐암으로 2년을 투병하시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초기에 수술을 받으시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셨는데 후유증으로 심부전증이 온 것이었다. 목사님이 찾아오셔서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해주셨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와 상담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회복을 기원했지 아무도 죽음을 준비하라고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죽음에 대해 혼자서만 고민하셨을 것이다.

종교적으로 죽음의 의미는 또 다른 세계에서의 삶의 시작이므로 믿음으로 현세의 고난을 극복한 사람에게는 신의 품에 안기는 축복의 과정이다. 영원한 삶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어도 죽음이란 생소하고 죽음에 대해서는 무식한데 죽음이 모든 것의 소멸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두려움이 아닐 수 없다. 탄생은 스스로 준비할 수 없지만 죽음은 준비할 수 있으므로 다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기 어렵다. 특히 마음의 준비와 이별의 준비가 어렵다.

실제적인 죽음의 준비로 몸의 준비, 마음의 준비, 법적인 준비, 장례 준비, 사별의 아픔에 대한 준비를 들 수 있다. 마지막까지 자신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기위해 자신의 존재를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의 준비, 법적인 준비, 장례 준비는 미리 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와 사별의 아픔에 대한 준비도 차근차근 해야 한다.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지침이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발표되었다. 몸에 대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말기 암일 때, 뇌사 상태가 되었을 때, 임종이 다가올 때 가족과 의료진의 고민을 덜어주고 마지막까지 내 몸을 내가 관리하기 위해 연명치료를 거절한다는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해 놓아야 한다. 유산 문제 등 법적인 문제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 죽은 후 보물찾기 재미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세금 문제까지 해결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장례 절차와 화장 문제까지 가족들에게 유언으로 지시한다면 세상에서의 흔적이 말끔하게 해결되는 것이다.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가까운 선배는 다른 것은 다 문제되지 않는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사별의 아픔을 준비하는 데는 정확한 지침이 없다. 지난 주말에는 50대 초반 나이에 말기 암인 먼 친척의 병문안을 갔었다. 장 폐색으로 한 달 째 수액에 의존하고 있었고 더 이상 수술도 항암제도 소용이 없다는데 가족들은 계속 치료 해줄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환자보다 더 허둥대고 침착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환자 스스로 품위 있게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냉정하고 섭섭하겠지만 자신이 환자라면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을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이론은 맞을지 몰라도 차마 그것이 어려운 것이다.

어쩌면 ‘메멘토 모리’는 죽음이 가까울 때보다 생명의 환희가 충만하고 삶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을 때 생각해야 할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으로 마음이 스산할 때가 아닌, 꽃이 만발하고 태양이 뜨거워 가슴이 벅차오를 때 한번쯤은 주문처럼 떠올려야 할 단어이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기엔 가을 하늘이 너무 아름답고 우리들 마음속은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불타오른다.
지금(present)은 선물(present)이니 선물에 대해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다. 죽어야 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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